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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칼럼 1편] 전세 사기, 왜 당하는 걸까? 구조부터 심리까지

by FLOUR 2025.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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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왜 당하는 걸까? 구조부터 심리까지

“나는 정말 조심했는데도 당했어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첫 마디는 대부분 이렇다.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체크리스트도 봤고, 중개사무소도 믿을 만해 보였고, 심지어 등기부등본까지 확인했는데 결국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거리로 나앉는 상황에 직면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사기꾼

1.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다

언론은 전세 사기를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는 경우가 많다. “확정일자 안 받았네”, “보증보험 안 들었네” 같은 말로 책임을 전가한다. 하지만 전세 사기는 단순히 부주의해서 당하는 사기가 아니다.

그 배경에는 복잡한 부동산 금융 구조, 사각지대 많은 법제도, 정보 비대칭이라는 다층적인 원인이 자리한다. 피해자들이 전문 지식 없이 감당하기에는 그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사기범들은 그 틈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특히 요즘 같은 고금리·고물가 시대에는 청년층과 사회초년생의 전세 수요가 높은데, 이들은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매물이나 신축 빌라를 찾게 된다. 여기에 ‘정부 지원 전세 대출 가능’ 같은 문구가 덧붙으면, 심리적 안도감까지 더해진다. 이 모든 것이 전세 사기범의 ‘기획된 판’ 안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는 것이다.

2. “정상 매물처럼 보였다”는 착각

사기범들이 노리는 건 바로 ‘합법처럼 보이는’ 외관이다. 신축 건물, 깔끔한 인테리어, 시세보다 약간 저렴한 전세가, 친절한 중개인. 그리고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당당히 붙어 있는 사업자 등록증. 피해자들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실은 등기부등본 한 줄에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법인이고, 이미 수차례 소유권이 변경됐거나,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반인은 이 문서의 의미를 읽을 줄 모른다. 중개사가 “괜찮아요, 원래 이런 구조예요”라고 말하면 믿게 되고, 불안한 마음을 눌러가며 도장을 찍는다.

사기범들은 피해자들의 심리를 정교하게 설계한다.

  • "이 집은 다음 주에 계약 잡혀 있어요" (조급함 유도)
  • "대출은 문제없어요, 다들 이렇게 해요" (동조심리 자극)
  • "보증금은 안전하게 보호돼요" (거짓 안정감 부여)

이처럼 거짓 안전감과 심리적 유도는 전세 사기의 핵심 전략이다.

3. 정부 대출제도도 사기에 악용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부의 청년 전세자금 대출 제도조차 사기범들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이름으로 실행된 대출이 곧장 사기범의 계좌로 넘어가고, 그 대출로 집값을 갚아버리거나 다른 건물을 사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피해자는 대출금만 떠안은 채, 주택은 경매에 넘어가고, 보증금도 잃는다.

심지어 이런 구조는 법적으로도 정교하게 위장되어 있어서,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개입해도 실질적인 회수가 어렵다. 피해자들은 수년간 민사소송을 벌여야 하고, 그동안 어디서 살아야 할지조차 막막한 상황에 놓인다.

4. 사기인데, 법적으로는 ‘책임 없음’?

전세 사기범들은 법인의 명의로 집을 돌려가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본인의 재산을 미리 처분하고 버티기에 들어간다. 피해자들이 아무리 경찰에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걸어도, 정작 받을 수 있는 돈은 거의 없다. 실제로 법적으로 ‘사기’임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보증보험조차 가입 불가한 매물이었거나, 중개사의 책임도 모호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라면, 피해자는 법적으로도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5. 이건 '사고'가 아니라 '설계된 범죄'다

전세 사기는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치밀하게 기획된 ‘비즈니스 모델’에 가깝다. 대출, 계약, 명의 이전, 경매, 회피 전략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완성된 이 범죄는, 피해자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막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다음 편 예고

2편에서는 '깡통전세'가 어떻게 탄생하고, 사기범이 어떤 식으로 대출 구조를 조작해 이익을 챙기는지에 대해 실례 중심으로 깊이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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